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은 이상한 영화입니다.
시각효과와 거대한 세계관을 갖춘 대형 SF 영화였지만 개봉 당시 흥행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면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이 영화가 정말 시대에 뒤떨어진 작품이었을까?”
원작인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화성의 공주》가 처음 출간된 것은 1912년입니다.
즉, 영화보다 무려 100년 앞선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관객에게는 오히려 익숙한 SF 공식처럼 보였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단순히 흥행 실패작으로 평가하기보다 〈존 카터〉가 가진 세계관과 시대적 역설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기본 정보
항목내용
| 영화 |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
| 원제 | John Carter |
| 감독 | 앤드루 스탠튼 |
| 원작 |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화성의 공주》 |
| 주연 | 테일러 키취, 린 콜린스, 윌렘 대포 |
| 장르 | SF·액션·어드벤처 |
| 러닝타임 | 132분 |
| 한국 개봉 | 2012년 3월 8일 |
| 미국 개봉 | 2012년 3월 9일 |
|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
〈존 카터〉는 〈니모를 찾아서〉와 〈월-E〉로 잘 알려진 앤드루 스탠튼 감독의 첫 실사 장편 영화입니다. 국내에서는 약 83만 7천 명의 관객을 기록했습니다.
줄거리|지구의 전쟁이 끝난 뒤, 화성에서 새로운 전쟁을 만나다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존 카터는 전쟁으로 삶의 의욕을 잃은 인물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건을 겪은 뒤 지구가 아닌 낯선 행성 바숨(Barsoom)에 도착합니다.
바숨은 우리가 알고 있는 화성과 비슷한 공간이지만 전혀 다른 문명이 존재합니다.
이곳에서 존은 지구보다 낮은 중력의 영향으로 놀라운 신체 능력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여러 팔을 가진 타크족과 만나면서 바숨의 복잡한 전쟁에 휘말립니다.
그 중심에는 헬륨의 공주 데자 토리스와 적대 세력의 지도자 사브 탄, 그리고 바숨의 운명을 뒤에서 움직이는 마타이 샹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집으로 돌아가려 했던 존 카터.
하지만 바숨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의 목적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도망치려던 사람이 결국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게 되는 것.
영화의 기본적인 영웅 서사는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재미있는 질문|누가 누구를 따라 했는가?
〈존 카터〉를 지금 볼 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영화 자체보다 그 영화가 만들어진 역사적 위치입니다.
원작 《화성의 공주》가 발표된 것은 1912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SF 영화들은 훨씬 뒤에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관객이 〈존 카터〉를 보면
- 낯선 행성
- 외계 종족
-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간
- 공주를 둘러싼 갈등
- 거대한 비행선
- 행성 간 전쟁
같은 요소가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들이 〈존 카터〉보다 먼저 존재했던 원작의 요소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버로스의 바숨 시리즈는 이후 SF 문화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재단 역시 존 카터 시리즈가 슈퍼맨, 스타워즈, 아바타 등에 창작적 자극을 줬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영화를 볼 때는 이런 관점이 필요합니다.
“존 카터가 다른 SF 영화와 비슷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SF 작품보다 먼저 이런 세계를 상상했던 것은 아닐까?”
이 관점으로 보면 영화의 익숙한 설정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역설|왜 '원조'가 '클리셰'처럼 보였을까?
이것이 〈존 카터〉의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입니다.
1912년에 등장한 원작은 당시 기준으로 상당히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나온 2012년에는 이미 수많은 SF 영화가 등장한 뒤였습니다.
특히 스타워즈와 아바타 같은 작품을 경험한 관객에게는 붉은 행성, 외계 종족, 공중 전투, 행성 간 갈등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영화가 원작의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후대의 영화들이 오랫동안 발전시킨 장르 문법 때문에 원조의 아이디어가 익숙해 보이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것은 〈존 카터〉를 평가할 때 상당히 중요한 지점입니다.
영화가 개봉 당시 독창적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과, 원작의 아이디어가 역사적으로 중요했다는 사실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존 카터|영웅이 아니라 상처 입은 사람으로 시작한다
테일러 키취가 연기한 존 카터는 처음부터 정의로운 영웅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쟁을 경험한 뒤 세상에서 물러나려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 설정은 원작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강화된 부분입니다.
앤드루 스탠튼과 각본진은 존 카터에게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과거를 부여해, 단순한 모험가가 아니라 삶의 목적을 잃은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바숨에서의 모험은 단순한 영웅 탄생 과정이 아닙니다.
존 카터가 다시 무언가를 지키고 싶어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점차 자신과 상관없던 사람들의 운명에 개입하게 됩니다.
이 변화가 영화 속 존 카터 캐릭터의 핵심입니다.
데자 토리스|구해야 하는 공주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로
린 콜린스가 연기한 데자 토리스는 단순히 주인공에게 구출되는 공주로만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과학과 기술에 관심을 가진 인물이면서 자신의 왕국과 바숨의 미래를 고민합니다.
이 부분은 영화가 오래된 원작을 현대적으로 각색하면서 강조한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스탠튼 감독은 원작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캐릭터와 서사를 수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원작의 단순한 영웅 서사를 보다 영화적인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여러 부분을 조정했습니다.
그 결과 존과 데자의 관계도 단순한 구출과 로맨스보다 서로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타스 타르카스|이 영화에서 의외로 기억에 남는 존재
윌렘 대포가 연기한 타스 타르카스는 타크족의 지도자입니다.
여러 팔과 거대한 체격을 가진 외계 종족이라는 외형 때문에 처음에는 단순한 SF 캐릭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인간적인 감정과 유머를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특히 존 카터와 타크족의 관계는 영화가 말하는 ‘낯선 존재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와 연결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종족이지만 함께 싸우면서 동료가 됩니다.
바숨|〈존 카터〉에서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어쩌면 행성이다
이 영화를 다시 볼 때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바숨이라는 세계 자체입니다.
붉은 사막과 고대 도시, 거대한 비행선, 여러 종족이 살아가는 공간은 영화의 배경을 넘어 하나의 독립된 세계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앤드루 스탠튼 감독은 어린 시절 읽었던 원작의 신화적이고 시대를 초월한 모험의 느낌을 영화에서 살리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생명체와 환경을 실제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을 중요한 제작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 때문에 〈존 카터〉의 장점은 이야기보다 세계관을 보는 재미에서 더 잘 드러납니다.
시각효과|2012년에 만들어진 거대한 바숨
〈존 카터〉는 제작 과정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시각효과가 투입됐습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약 2,295개의 시각효과 쇼트가 제작됐고, 여러 시각효과 업체가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앤드루 스탠튼 감독 역시 실제 촬영과 CGI를 결합해 생명체와 도시, 비행선 등을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일부 CG가 오래되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제작 환경을 생각하면 100년 된 SF 세계관을 실사 블록버스터로 구현하려 했다는 시도 자체는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흥행에 실패했을까?
〈존 카터〉의 흥행 실패는 단순히 영화의 완성도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먼저 제작비 규모가 매우 컸습니다.
박스오피스 모조는 제작비를 약 2억 5천만 달러,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약 2억 8,414만 달러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약 7,308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디즈니 역시 개봉 당시 이 작품으로 약 2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여기에 영화의 마케팅과 포지셔닝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당시 LA타임스는 낯선 SF 세계관과 낮은 인지도, 높은 손익분기점 등이 흥행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영화가 나빴기 때문에 실패했다.”
라고 단순하게 결론 내리기보다는,
높은 제작비 + 낯선 세계관 + 당시 시장에서의 포지셔닝 + 이미 익숙해진 SF 문법
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당시 평가는 어땠을까?
평단의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로튼토마토에서는 현재 비평가 지수 52%, 관객 지수 6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평가들은 시각적인 볼거리와 모험 요소는 인정하면서도 이야기의 전개와 캐릭터 설명이 고르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씨네21에서는 전문가 평균 4.50점, 관객 평균 5.50점으로 집계되어 있습니다. 국내 누적 관객은 837,426명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평가가 완전히 부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시각효과와 세계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지만, 복잡한 설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다소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존 카터〉를 지금 다시 본다면
2012년에 이 영화를 처음 봤다면 다른 SF 영화들과 비교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가 얼마나 새로웠는가?”
보다
“100년 전의 상상력이 2012년의 기술로 어떻게 구현됐는가?”라는 질문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붉은 행성 바숨의 풍경이나 여러 팔을 가진 타크족, 비행선과 저 중력 액션이 단순한 CG 볼거리가 아니라 한 세기 전 SF 작가가 상상했던 세계를 영화로 옮긴 결과물이라는 점이 보입니다.
이 관점에서는 영화의 장점과 한계가 동시에 보입니다.
영화의 장점
① 100년 된 원작의 세계관
1912년에 출간된 《화성의 공주》를 대형 실사영화로 구현했다는 점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② 독특한 바숨의 디자인
붉은 사막, 타크족, 비행선, 여러 문명이 충돌하는 세계는 지금 봐도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③ 장르의 역사를 생각하게 한다
후대 SF 영화에 영향을 준 원작을 실제 영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르 팬에게는 의미가 있습니다.
아쉬울 수 있는 부분
① 초반 설정이 많다
바숨의 종족과 국가, 정치적 갈등이 한꺼번에 등장하기 때문에 세계관을 따라가는 데 시간이 필요합니다.
② 캐릭터보다 세계관이 앞서는 순간이 있다
시각적으로는 풍부하지만 일부 관객에게는 존 카터의 감정 변화가 세계관과 액션에 묻힐 수 있습니다.
③ 당시에는 익숙하게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원작이 오래된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르면 다른 SF 영화의 영향을 받은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잘 맞습니다
| SF 고전 팬 | 1912년 원작의 세계관 |
| 스페이스 오페라 팬 | 행성·종족·전쟁 설정 |
| SF 영화의 역사가 궁금하다면 | 후대 작품과의 관계 |
| 세계관 중심 영화를 좋아한다면 | 바숨의 문명과 디자인 |
| 앤드루 스탠튼 팬 | 애니메이션 감독의 첫 실사 도전 |
반대로 빠르고 단순한 액션 영화를 기대한다면 초반의 세계관 설명과 여러 세력의 관계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눈에 보는 〈존 카터〉
| 핵심 소재 | 낯선 행성으로의 이동 |
| 중심 인물 | 존 카터 |
| 핵심 공간 | 바숨 |
| 원작 | 《화성의 공주》 |
| 원작 출간 | 1912년 |
| 핵심 주제 | 상실, 새로운 목적, 영웅의 선택 |
| 가장 큰 특징 | 100년 전 SF 세계관의 실사화 |
| 관람 포인트 | 후대 SF와 비교하기보다 원작의 시대적 위치 살펴보기 |
마무리|〈존 카터〉는 실패작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존 카터〉는 분명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거대한 제작비에 비해 전 세계 흥행 수익이 제한적이었고, 평단의 반응 역시 엇갈렸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가치를 흥행 성적 하나로만 판단하기에는 흥미로운 배경이 있습니다.
1912년에 탄생한 SF 세계관을 2012년에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관객에게 익숙한 요소들이 사실은 100년 전 작품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그래서 〈존 카터〉는 단순히 “흥행에 실패한 SF 영화”라기보다,
“너무 늦게 영화화되는 바람에 자신의 원조적 성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작품”
이라는 역설을 가진 영화로 볼 수 있습니다.
한 줄 리뷰
“100년 전에는 혁신적이었던 SF 상상력이 2012년에는 클리셰처럼 보였던, 그래서 오히려 장르의 역사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고전적인 SF 세계관과 모험을 좋아한다면 〈트랜센던스〉도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존 카터〉가 새로운 행성과 모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친다면, 〈트랜센던스〉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의식이라는 보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 트랜센던스, 줄거리, 인물, 국내외반응
들어가며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랜 파트너였던 인물이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 있습니다. 2014년 개봉한 '트랜센던스'입니다.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놀란 감독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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