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대중문화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금기시된 소재, 10대 소녀에 의한 영아 살해 사건을 정면으로 다룬 영화가 있습니다. 2014년 작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입니다. 로라 리프먼의 2004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 에이미 J. 버그가 처음으로 극영화에 도전한 작품이자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처음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자극적인 연출 없이도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는 독특한 색깔의 스릴러라는 점에서 다시 정리해 봤습니다.
기본 정보

- 감독: 에이미 J. 버그 (첫 극영화 연출작)
- 각본: 니콜 홀러프세너 / 원작: 로라 리프먼 소설 《Every Secret Thing》
- 제작: 프랜시스 맥도먼드 (첫 제작 참여작)
- 주연: 다이앤 레인, 엘리자베스 뱅크스, 다코타 패닝, 대니엘 맥도널드
- 장르: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 러닝타임: 93분
- 한국 개봉일: 2015년 7월 2일
줄거리
11살 동갑내기 친구 로니와 앨리스는 흑인 판사의 혼혈 손녀인 갓난아기를 유기해 숨지게 한 죄로 소년원에 수감되어 7년을 보낸 뒤, 18살이 되어 나란히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앨리스는 엄마 헬렌과 함께 살며 자신은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고, 로니는 베이글 가게에서 일하며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견디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구 매장에서 부모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혼혈 여자아이 브리트니가 또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담당 형사 낸시는 이 사건이 7년 전 사건과 너무나 닮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출소한 로니와 앨리스를 다시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가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전혀 다른 진술을 내놓습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앨리스의 과거 기록에서 수상한 사실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결국 엄마 헬렌의 오래된 거짓말과 앨리스의 뒤틀린 심리가 맞물려 있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집니다. 앨리스는 과거 자신이 낳아 입양 보낸 아이가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믿고 있었고, 브리트니를 자신의 진짜 딸이라 확신해 데려간 것이었습니다. 반면 범인이 아니었던 로니는 오랫동안 짊어져 온 죄책감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영화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 채 막을 내립니다.
등장인물 및 평점
로니 풀러 역은 다코타 패닝 배우가 맡았습니다. 2005년 '숨바꼭질' 이후 10년 만에 스릴러 장르로 돌아온 그녀는, 억울한 누명을 쓴 채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는 인물의 억눌린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앨리스 역은 대니엘 맥도널드 배우가 맡아, 겉으로는 결백을 주장하지만 서서히 균열을 드러내는 인물의 이중적인 심리를 인상 깊게 그려냈습니다. 앨리스의 엄마 헬렌 역은 '언페이스풀'로 전미 비평가 협회상과 뉴욕 비평가 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석권한 베테랑 다이앤 레인 배우가 맡아 극에 무게감을 더했고,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낸시 역은 엘리자베스 뱅크스 배우가 맡아 진실을 파헤치는 인물의 집요함을 안정적으로 소화했습니다.
평점 면에서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은 관객과 평론가의 평가가 다소 엇갈린 작품입니다. 네이버 영화 기준 관람객 평점은 8점대, 네티즌 평점은 7점대 초반을 기록했지만, 전문가 평점은 5점대 후반에 머물렀습니다. 소재의 무게감과 배우들의 호연에 대한 호평이 있는 반면, 미스터리 전개 자체는 다소 밋밋하고 평범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국내외 반응
국내에서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은 다코타 패닝의 10년 만의 스릴러 복귀작이라는 점을 앞세워 홍보되며 개봉했습니다. 대중적으로 크게 흥행한 작품은 아니지만,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심리적 긴장감만으로 몰입감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스릴러 마니아층 사이에서 나쁘지 않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특히 에이미 버그 감독이 다큐멘터리 연출 경험에서 가져온 냉담하고 사실적인 시선이, 자극적인 소재를 절제된 방식으로 다뤄냈다는 평가로 이어졌습니다.
해외에서는 제3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다만 대중적인 흥행보다는 완성도 있는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에 초점을 맞춘 소규모 작품으로 소비된 편입니다. 영아 살해라는 대중문화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는 금기시된 소재를, 그것도 가해자가 10대 소녀라는 설정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해외 평단에서도 화제성보다는 소재 자체의 대담함이 주로 언급되는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대형 배급망을 타고 전 세계적인 흥행을 노린 작품이라기보다는, 독립 영화 특유의 진지한 소재 의식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승부한 작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총평
'모든 비밀스러운 것들'은 화려한 반전이나 자극적인 연출에 기대지 않고, 배우들의 섬세한 심리 연기만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끝까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구성과,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이 앞선 모든 장면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다만 전개 자체가 다소 잔잔하고 느린 편이라, 강렬한 반전이나 스릴을 기대하는 분들에게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관람 포인트 정리
- 누가 진짜 범인인지 끝까지 판단을 유보하며 감상해 보기
- 다이앤 레인, 다코타 패닝 등 배우들의 절제된 심리 연기 비교해 보기
- 다큐멘터리 감독 특유의 냉담하고 사실적인 연출 방식 느껴보기
- 결말에서 밝혀지는 진실이 앞선 장면들을 어떻게 재해석하게 만드는지 곱씹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