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한국의 전통 산후 풍습을 심리 스릴러의 소재로 끌어온 독특한 작품이 있습니다. 박강 감독의 장편 데뷔작 '세이레'입니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서 처음 공개되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FIPRESCI)을 수상했고, 이후 1년여의 시간을 거쳐 2022년 11월 정식 개봉했습니다. 상업적으로 크게 주목받은 영화는 아니지만, 저예산 인디 영화 특유의 밀도 있는 심리 묘사로 마니아층 사이에서 회자되는 작품입니다.
기본 정보

- 감독/각본: 박강 (본인의 2020년 동명 단편영화를 장편화)
- 주연: 서현우, 류아벨, 심은우
- 음악: 장영규
- 장르: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
- 러닝타임: 약 101~102분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개봉일: 2021년 10월(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 2022년 11월 24일(정식 개봉)
줄거리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아빠 우진은, 현관문에 금줄을 치고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막는 등 민간신앙에 따른 금기를 엄격히 지키려는 아내 해미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회사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우진에게 과거 연인이었던 세영의 부고 문자가 도착합니다. 아기가 태어난 뒤 21일, 즉 '세이레' 기간에는 장례식장에 가면 안 된다는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우진은 조심스레 장례식장을 다녀오게 됩니다.
장례식장에서 우진은 세영과 똑같이 생긴 그녀의 쌍둥이 언니 예영과 마주치게 되고, 이 만남을 계기로 우진의 오래된 악몽과 얽힌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그날 이후 아기는 원인 모를 이유로 아프기 시작하고, 우진은 세영의 환영에 시달리며 불안과 두려움이 점점 커져갑니다. 아내 해미는 부정을 쫓기 위해 우진에게 다른 사람의 물건을 몰래 가져오라는 등의 민간 처방을 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임신 중인 처형 혜선의 집안에 뜻하지 않은 불행이 닥치기도 합니다. 금기를 깬 것에서 비롯된 균열이 가족 전체로 번져가는 과정을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연출로 그려낸 것이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등장인물 및 평점
우진 역은 서현우 배우가 맡았습니다. 아내의 믿음을 이해하지 못하던 인물이 스스로 금기를 깬 뒤 서서히 내적 혼돈에 빠져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세영과 그녀의 쌍둥이 언니 예영, 두 역할을 모두 류아벨 배우가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극에 미스터리한 긴장감을 불어넣습니다. 아내 해미 역의 심은우 배우는 민간신앙을 철저히 따르며 가족을 지키려는 인물을 진지하게 그려내며 극의 불안한 정서를 뒷받침합니다. 이 외에도 처형 혜선 역의 고은민 배우, 동서 성탁 역의 김우겸 배우가 등장해 이야기의 폭을 넓힙니다.
평점 면에서 '세이레'는 소규모 개봉작임에도 비평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내 영화 정보 사이트 기준 전문가 평점은 6점대 중반, 관객 평점은 7점대 중반으로 전문가보다 관객이 더 후하게 평가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다만 일반 관객 후기 중에는 극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되는 혼란스러운 전개가 긴장감보다는 피로감을 준다는 아쉬움도 함께 나왔습니다. 흥행 면에서는 정식 개봉 당시 최종 관객 수가 채 1만 명이 되지 않을 만큼 조용히 지나간 소규모 개봉작이었습니다.
국내외 반응
국내에서 '세이레'는 정식 개봉에 앞서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상영을 통해 먼저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 부문에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하며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인 비평적 주목을 받았고, 이는 상업적 흥행 규모와는 별개로 이 작품의 완성도를 평단이 먼저 인정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식 개봉 이후에는 소규모 예술영화관 중심으로 상영되며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한국 고유의 민간 신앙을 스릴러 장르에 접목한 독창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영화 전문지들의 평론 대상으로는 꾸준히 다뤄졌습니다.
해외 반응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해외 정식 개봉이나 흥행 성적이 알려진 바는 없는 소규모 독립영화입니다. 다만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이 부여하는 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국내외 비평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영화제 무대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의 현실과 환상을 뒤섞는 연출이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이레이저 헤드'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나왔는데, 이는 이 작품이 국내 정서를 소재로 하면서도 해외 예술영화의 문법과 비교될 만큼 독자적인 스타일을 갖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총평
'세이레'는 한국 전통 산후 풍습이라는 낯선 소재를 심리 스릴러로 풀어낸 시도 자체만으로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입니다. 저예산 인디 영화 특유의 거친 매력과 함께, 금기를 깬 인물이 서서히 무너져가는 과정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며 그려내는 연출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되는 모호한 전개가 다소 피로하게 느껴질 수 있어, 명확한 설명보다는 분위기와 여운을 즐기는 관객에게 더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관람 포인트 정리
- 한국 전통 풍습 '세이레'가 공포의 장치로 활용되는 방식 살펴보기
- 류아벨 배우의 1인 2역 연기가 만들어내는 미스터리한 긴장감 느껴보기
-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연출이 인물의 내적 혼돈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주목하기
- 신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 국제 비평가상을 받게 된 배경 이해해 보